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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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갔다 저 길 갔다 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 우물만 파는 삶을 살지도 않았다. 관심사는 늘 비슷비슷한데 깊게 파지는 않고 얕은 수준에서 만지작 만지작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벌써 마흔 직전이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일이 되었든 취미가 되었든 간에 뭔가를 오랫동안 집중해서 깊이 있게 파는 사람들을 보면 경탄하게 되고 존경심이 든다.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비슷한 삶을 살고 싶다. 죽기 직전에 '그래도 그것 하나는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큰 돈을 벌지 못해도 족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한결같이 존경하고 있는 분이 전영애 선생님이다. 전영애 선생님은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수상한 세계적인 독문학자이다. 이 책은 전영애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괴테 할머니 TV>의 내용을 책의 형식에 맞추어 정리한 것이다. 내용은 저자의 전작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와 마찬가지로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도 있고, 저자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독일 작가 괴테를 비롯해 그림 형제,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등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퇴임 후 여백서원을 운영하고 괴테 마을을 조성하며 지내는 삶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1951년생인 저자가 여전히 활발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점이다. 저자는 여백서원 운영과 괴테 마을 조성 외에도 유튜브 운영, 집필과 번역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여성, 기혼, 유자녀, 인문학 전공(심지어 영문학, 중문학도 아닌 독문학) 등 어떻게 보면 취업 시장에서는 선호되지 않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데도 고령의 연세에 현역 못지 않게 일하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공부의 힘, 집중의 힘, 몰입의 힘인가 싶었다. 어떤 분야든 간에 누가 뭐라든 계속 하다 보면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고, 최고의 경지에 오르면 나이가 들어서도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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