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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매트리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평점 :

제목의 의미가 궁금해서 표제작 <스톤 매트리스>부터 읽었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풍의 범죄 스릴러 소설이라서 잘 읽힐뿐더러, 단편 하나를 즐겁게 읽고 나니 다른 단편들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아져서 결과적으로 이 책을 완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단편 <스톤 매트리스>는 중년 여인 버나가 북극으로 향하는 크루즈 선에 올랐다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나면서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얼마 전 세 번째 남편과 사별한 버나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품고 크루즈 선에 오른다. 마침 외모도 잘생기고 태도도 신사적인 밥이라는 남자가 버나에게 호감을 드러내는데 버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밥은 50년 전 버나가 학생일 때 잠깐 만났던 남자로, 이후 버나의 삶을 크게 바꿨다. 만약 당신이라면 그런 남자를 어떻게 할 것 같은가. 결말까지 읽고 나면 <스톤 매트리스>라는 제목의 의미가 더욱 서늘하게 느껴질 것이다.
책의 초반에 실린 세 편의 단편 <알핀랜드>, <돌아온 자>, <다크 레이디>는 연작 소설이다. <알핀랜드>의 주인공 콘스턴스는 '알핀랜드'라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창작 판타지 소설을 써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콘스턴스는 자신의 소설 곳곳에 과거에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을 봉인해 두었는데, 그중 하나가 전 애인 개빈이다. <돌아온 자>의 주인공 개빈은 한때는 촉망 받는 예술가였지만 현재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데다가 전 애인 콘스턴스가 너무 잘나가서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상태다. 이 와중에 '알핀랜드'에 관한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이 자신을 인터뷰하러 와서는 '알핀랜드'에 개빈이 등장한다고 알려준다. <다크 레이디>는 개빈의 또 다른 애인이자 뮤즈였던 마저리의 이야기를 통해 창작이 복수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마지막에 수록된 <먼지 더미 불태우기>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요양 시설에 노인 혐오 시위대가 오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시위대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어떻게든 생존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다들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체력이 부족하거나 해서 좀처럼 버티지 못한다. 태어난 이상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리고 죽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를 혐오하거나 차별의 근거로 삼는 세상이 너무나 불합리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