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리의 힘 ㅣ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작년 12월 31일부터 새해를 맞이해 대대적으로 집을 정리하고 있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라는 원칙을 되새기며 매일 집안 곳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어 버릴 것과 간직할 것을 구분하고 있다. 그동안 정리를 안 하고 산 것도 아닌데 버릴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책이야 평소에 열심히 사들이니까 많은 게 당연한데, 옷이나 화장품은 일 년에 몇 개 살까 말까 한데도 모으니 한가득이다. 세일이니 특가니 원 플러스 원이니 하는 문구에 혹해 구입한 칫솔과 치약, 비누 등은 평생 써도 다 못 쓸 것 같다. 덕분에 한동안 쇼핑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니 안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일까.
이번에 정리를 하면서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 <정리의 기술>을 다시 읽었다. 곤도 마리에는 2011년에 출간한 첫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 전역에 정리 열풍을 일으켰고, 그의 정리법을 소개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리 컨설턴트가 되었다.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2012년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고, 2020년 <정리의 힘>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마음에 남는 대목이 매번 다르다. 이번에 마음에 남은 대목은 남에게 정리하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에는 먼저 자기부터 정리하라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나만 정리를 하는 경우 내 주변만 깔끔하고 다른 사람들의 공간은 지저분한 것이 못마땅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저자도 그런 적이 있는데 그 때 잔소리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자신의 공간을 다시 점검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더는 정리할 것이 없어 보였던 공간에서 정리할 거리를 찾았다. 요점은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시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이 마음에 남았던 걸 보면 요즘 내가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계엄 사태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 세상,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 환멸을 넘어 우울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시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맞는다면, 바뀌지 않는 세상과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원망할 시간에 나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맞겠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작년보다 더 넓고 깊게 읽고, 더 부지런히 쓰고, 더 진지하게 경험하고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