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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9
서이레 지음, 나몬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9월
평점 :
독공의 후유증으로 목이 상해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정년은 일 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다. 정년의 매란국극단 재입단을 걸고 정년과 영서가 일 대 일 대결을 벌인다는 소문이 장안에 퍼진다. 영서는 정년과의 대결에 질 수 없다고 각오를 다지는 한편으로 정년의 목 상태가 궁금하다. 정년은 불완전한 목 상태를 보완하는 창법을 어머니 공선으로부터 전수 받아 무사히 재입단 대결을 치른다. 옥경의 뒤를 이을 차기 스타를 찾아 헤맸던 매란 국극단 단장 소복은 이미 실력을 널리 인정 받은 영서에 남다른 스타성을 지닌 정년까지 돌아와 다음 국극을 준비하는 마음이 들뜬다.
<정년이> 9권은 정년이 매란 국극단으로 돌아왔지만 그동안 많은 것이 변해버린 상황을 그린다. 하루라도 빨리 국극을 올리고 싶어서 들떠 있는 정년과 영서, 소복 등과 달리, 극단의 최고 스타인 옥경은 국극 자체에 애정이 식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 옥경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봐 온 혜랑은 결국 최악의 수를 두고 만다. 정년은 자신의 1호 팬을 자처하고 고향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격려해 주었던 부용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애가 탄다. 마침 소복과 도앵이 새로운 국극에 어울리는 새로운 극본을 의뢰하기 위해 부용의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정년도 따라 나선다.
이 다음부터 이어지는 부용의 과거사가 너무나 애처롭고 충격적이다. 드라마에 부용 캐릭터 안 나와서 서운해 한 원작 팬들의 마음이 백 퍼센트 이해가 된다. 유명 극본가의 외동딸로 태어나 곱게만 자란 줄 알았는데, 아내의 재능을 억압하는 동시에 착취하는 모순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어머니 슬하에서 내내 외롭게, 괴롭게 살아왔을 줄이야. 정년을 만나기 전에 부용의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여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부용의 서사를 포함한 드라마는 어땠을까.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