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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평점 :
한국보다 먼저 지방 소멸 현상이 시작된 일본. 난하카마시의 작은 마을 '미노이시'는 고령이었던 주민들이 줄줄이 죽거나 요양병원으로 떠나면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난하카마시에 새로 취임한 시장은 타지역 사람들을 미노이시에 살게 하는 'I턴(도시 사람이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것)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이를 담당할 주무 부서로 '소생과'를 신설한다. 매사에 시니컬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꼼꼼하고 성실한 공무원 만간지 쿠니카즈는 과장인 니시노와 후배인 간잔 유카와 함께 어떻게든 소생과 일을 잘해 보려고 하지만, 계속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 때문에 한시도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 <I의 비극>은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장르 구분이 너무나 적확한 작품이다. 소설은 서장과 본문 6장, 종장, 총 8장에 걸쳐서 I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진행되는 과정을 그린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해 선발된 12가구가 미노이시로 이주하는데, 이주 초기부터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공 만간지는 담당 공무원으로서 민원을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이 토로하는 문제의 진상을 파헤치고 해결책을 찾는데 이 모습이 마치 추리 소설의 탐정 같다. 평범한 인물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해결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정의에 이보다 더 부합하는 작품이 있을까.
범죄에 이용된 트릭뿐 아니라 범죄의 동기와 그 영향을 중시한다는 점 역시 사회파 미스터리답다.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곳에 살던 사람들조차 그곳을 떠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곳에 연고도 없고 해당 지역이나 농촌 생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도시 사람들이 가서 살면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지사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애초에 성공하기 힘든 정책에 예산과 인력을 쏟아붓는 당국의 어리석음과 그 정책을 실제로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고충까지 보여줌으로써 보통의 추리 소설이 주는 재미 이상의 교훈을 준다. 이래서 요네자와 호노부를 계속 읽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