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일일 3 - 완결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이주향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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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웹툰=만화'인 줄 안다는데, 내가 어릴 때는 인쇄 만화밖에 없었다. 더욱이 나는 <보물섬>, <나나>, <파티> 같은 만화 잡지로 만화를 처음 접했고, 단행본 만화는 혼자서 도서 대여점을 드나들 수 있게 된 후에나 읽었다. 그사이 도서 대여점이 없어지고 만화 잡지도 다수 폐간되어 현재 한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만화 잡지의 수가 몇 개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나마 남아 있던 단행본 만화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웹툰 시장에 밀려 축소되는 형편인 것 같아 인쇄 만화의 팬으로서 안타깝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 <동경일일>은 만화, 그 중에서도 인쇄 만화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깊이 감동하면서 읽을 만한 작품이다. 23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만화 편집자 시오자와 카즈오는 담당했던 만화 잡지가 폐간된 후 책임을 지고 퇴사한다. 이참에 그는 만화 일에서 아예 손을 떼려고 하지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만화가들을 한 명 한 명씩 만나면서 역시 만화를 그만둘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결국에는 직접 만화 잡지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시오자와가 직접 만화 잡지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업계 사람들은 환영하는 기색보다 걱정하는 기색을 더 많이 비친다. 자본과 유통이 안정된 대형 출판사에서 만드는 만화 잡지도 매출이 안 나와서 폐간되는 마당인데, 전성기를 지난 만화가들을 데리고 중년의 프리랜서 편집자가 만드는 잡지가 뭐가 그리 대단하겠느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적잖다. 시오자와와 만화가들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을 뿐더러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번민한다. 


우여곡절 끝에 잡지를 완성한 시오자와는 잡지를 어디서 어떻게 팔지 고심한다. 예전에는 대형 출판사 소속이라서 편집부가 책을 만들면 영업부가 영업을 맡아주었는데, 프리랜서인 지금은 편집도 영업도 시오자와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서점업계도 불황이고 예전처럼 만화 잡지를 파는 서점, 문방구가 많지도 않은 형편이라 판매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말은 다행히 밝은 편인데 실제 인쇄 만화 업계의 현실과 미래도 이렇게 밝은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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