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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평점 :

범죄 소설 중에서도 경찰이 주인공인 소설을 좋아한다. 범죄 소설의 매력을 처음 알게 해준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비롯해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시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소설보다 먼저 출간되었지만 최근에야 완독한 스웨덴 작가 마이 셰발,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의 범죄 소설 중에도 경찰이 주인공인 소설이 많은데 주인공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애정을 가진 작품은 아직 못 만났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범죄 소설 <가연물>의 주인공 경찰 가쓰라는 어떨까. 가쓰라의 이름은 기억 못해도 <가연물>의 후속편이 나오면 읽어볼 것이다.
<가연물>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이다. 일본 군마 현경 본부 형사부 수사1과의 가쓰라 경부는 현내에서 일어나는 범죄 사건을 수사하느라 사계절 내내 바쁘다. 봄에는 교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어난 인질 사건을 해결하느라 바쁘고(진짜인가), 여름에는 유명 산책로에서 발견된 토막 시신의 주인을 찾느라 바쁘고, 가을에는 주택가에서 일어난 강도치상 사건의 범인을 찾느라 바쁘고(<졸음>),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일어난 조난 사고를 처리하거나(<낭떠러지 밑>) 쓰레기 수거장 연쇄 화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느라 바쁘다(<가연물>).
가쓰라가 바쁜 건 그를 기다리는 사건들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몸과 머리를 다 써서 일하는 경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쓰라는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유족과 용의자는 물론이고 목격자와 주변인들도 샅샅이 찾아내 직접 만나 본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인상을 믿지 않지만 사람을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필요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한 다음에는 혼자서 오로지 두뇌만으로 모든 가설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능한 모든 명제들을 나열한 다음 하나씩 진위를 확인하며 정답을 가려내는 과정이 이 소설의 백미이자 압권이다.
가쓰라는 해리 홀레나 마르틴 베크 같은 안티 히어로적인 경찰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상부에서 탐탁지 않은 지시가 내려와도 군말 없이 순응하고,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카페 오레와 달콤한 빵으로 당 충전을 하면서 회복한다는 점에서 히어로보다는 소시민에 가까운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사건을 대하는 이성과 어떤 압박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근성, 결국에는 진범을 찾아내는 유능함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요네자와 호노부의 대표작 <빙과>의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후속편이 나온다면 잊지 않고 읽어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