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감각
조수용 지음 / B Media Company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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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라고 하면 어릴 때는 앙드레 김 같은 패션 디자이너를 떠올렸다. 자라면서 디자인이 패션뿐 아니라 건축, 제품, 타이포그래픽, 영상, 웹 등 다양한 분야에 관여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시각적으로 더 예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체험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디자인의 기능이자 역할임을 배웠다. 그런 디자인을 30년 넘게 '업(業)'으로 해온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난무하는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조수용의 첫 단독 저서인 에세이 <일의 감각>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 조수용은 네이버의 브랜드 마케팅과 디자인을 총괄하고 카카오 공동대표를 지낸 32년 경력의 디자인 전문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네이버의 초록 검색창, 나눔글꼴 캠페인, 신사옥 그린팩토리, 매거진 <B>, 영종도 네스트 호텔, 광화문 D타워, 사운즈 한남 등이 있다. 


저자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첫 번째 덕목으로 '오너십'을 든다.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옷 한 벌을 사더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도록 교육 받은 저자는 디자이너로서 일을 시작한 후에도 오너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일했다. 어차피 고용된 몸이라고 자조하며 오너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대신 스스로 오너라고 생각하고 오너의 입장에서 최선이라고 여겨질 만한 선택들을 제안했다. 그런 식으로 오너가 할 법한 고민들을 대신 해주니 저절로 신뢰가 쌓이고 재량권이 커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신뢰가 쌓이지 않거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오너의 그릇이 작다고 간주하고 조직을 떠나도 괜찮다.


아무리 열정적인 오너, 동료들과 합심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도 사용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헛수고다.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이 만족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각이 중요하다. 책에는 저자만의 감각 기르는 법이 자세히 나온다. 저자는 뭔가 하나를 좋아하면 철저히 '디깅'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그렇게 하나의 분야, 하나의 업계를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고 자산이 된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매거진 <B>는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깊게 파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넓히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감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는 디자인뿐 아니라 모든 일을 하는 데에 적용되는 팁이다.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이 있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 중에도 상대적으로 좋거나 덜 싫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은 싫지만 발표에 필요한 시각 자료를 만드는 일은 좋아한다면 그것이 당신의 강점이자 특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이라고 피하거나 몸을 사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해보자. 오너십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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