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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그 ㅣ 아름다운 그 2
나기라 유 지음, 메이 옮김, 가사이 리카코 일러스트 / 포레 / 2023년 9월
평점 :
대학에 들어간 키요이는 학생과 배우, 두 가지 일을 겸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다. 키요이는 현재 히라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히라의 집안 사정 때문에 집을 비워줘야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새로운 둘만의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게 된다. 히라는 생활비를 내기 위해 빵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키요이는 소속사 선배인 안나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된다. 키요이와 안나는 선남선녀인 데다가 같은 소속사이기까지 해서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두 사람은 각자의 연애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동료 사이일 뿐이다.
나기라 유의 소설 <아름다운 그>의 후속편 <얄미운 그>는 대학생이 된 히라와 키요이의 달라진 생활을 그린다.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키요이를 보면서 자신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키요이는 사진 공모전에 참가하고, 그것을 계기로 유명 사진 작가 노구치 히로미의 어시스턴트로 고용된다. 업계에서 가장 인정 받는 인물의 작업 과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히라는 사진보다 키요이의 팬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 히라에게 얼른 자기 작업을 하라며 채근하는 노구치를 보며 진정한 스승이라고 느꼈다(히라는 아직 모르는 눈치이지만...).
BL 소설이나 만화를 재미있게 보다가도 종종 아쉬움을 느끼곤 하는 지점이 여성 캐릭터에 대한 취급인데, <아름다운 그> 시리즈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여성 캐릭터인 안나는 상당히 바람직한 인물 및 관계로 묘사되어 있다. 키요이는 소속사 선배이고 연기력도 뛰어난 안나를 여자라고 낮추어 보지 않고 후배로서 존경하고 열심히 따른다. 안나 역시 성소수자인 키요이의 비밀을 지켜주고 키요이가 하루 빨리 배우로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해준다. 남성과 여성이 한 자리에 있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성애적 관계로 상상하는 사람들 속에서 순수하게 우정을 키워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일이 불안해지니까 남자에 대한 애정으로 치환하려는 건 아니지? 그건 위험해. 일을 하다가 진 빚은 결국 일로만 갚을 수 있어. 버텨봐. 안나 정도의 재능이라면, 나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거야. 그런 재능을 썩히면서 평범한 여자가 될 생각이야?" (225-6쪽)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안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커리어를 포기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키요이의 말은 작가가 키요이의 입을 빌려 온 세상 여성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성장하는 사람이야말로 사랑스럽고, 그런 의미에서 히라와 키요이를 조금씩이라도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그렸다는 작가 후기에도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