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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평점 :
인류 문명이 발전하기 시작한 건 수렵과 채집을 위해 유목 생활을 하다가 한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상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하고 BBC의 뉴델리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샘 밀러의 책 <이주하는 인류>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주성이 강한 동물이고,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한 건 고작 1만 2천 년 전의 일이며, 최근까지도 - 실제로는 지금도 - 수많은 사람들이 정착 대신 이주 또는 이민을 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이주 또는 이민의 사례를 제시한다. 에덴동산, 노아의 방주, 선사시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그리스 로마의 정착지 건설, 북유럽의 바이킹,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이주, 노예무역, 황색 위협, 유대인, 남북전쟁, 이주 노동자 등 수많은 예시가 나온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든 사례의 대부분이 서양, 그중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역사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제1세계에 포함되지 않는, 제2, 제3세계 국가들(러시아, 중국, 쿠바, 베트남, 동유럽 국가들, 인도, 이집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등등)은 어떤 이주 또는 이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이주의 역사와 유전학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Who do you think you are?>라는 TV 프로그램의 클립을 보고 한동안 빠져 살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이 자신의 가계도를 추적하며 조상의 삶과 역사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빅뱅이론>의 배우 짐 파슨스는 프랑스계 조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더 페이보릿>의 배우 올리비아 콜먼은 인도계 조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슷한 미국의 TV 프로그램 <Finding your roots>에선 일본계 미국인 코미디언 프레드 아미센이 사실은 한국계임이 밝혀져 화제가 되었다. 나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