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 아름다운 그 1
나기라 유 지음, 메이 옮김, 가사이 리카코 일러스트 / 포레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더듬증(흘음) 때문에 학창 시절 내내 친구가 없었던 히라 카즈나리는 고등학교 2학년 첫날 같은 반 남학생 키요이 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반 아이들 사이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키요이는 히라에게 관심이 없고, 키요이와 함께 노는 아이들은 학급 내 계급 최하위인 히라에게 빵셔틀을 비롯한 각종 괴롭힘을 일삼는다. 그 때마다 키요이는 적극적으로 괴롭힘에 가담하지는 않으면서 그렇다고 괴롭힘을 막지도 않는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그런데 첫만남 때 이미 키요이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히라는 그런 태도에도 호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왕의 병사, 키요이의 노예로 칭하며 더욱 더 적극적으로 키요이에게 복종한다.


나기라 유의 <아름다운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내가 푹 빠져 있었던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을 만화로 먼저 보고, 그 다음에 드라마, 영화, 소설로 접했다. 만화로 봤을 때에는 교내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설정이 자칫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왜곡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러다 만화보다 더 긴 분량을 다룬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보고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히라와 키요이를 피해자와 가해자로만 보는 것이야말로 이들의 관계를 축소하고 왜곡하는 것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소설에도 나오지만, 키요이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왕님'이라면 히라는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나님'이다. 말더듬증 때문에 오랫동안 외톨이로 지낸 히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사진에도 사람이 찍히면 일부러 지울 만큼 사람을 싫어한다. 그런 히라에게 집단 괴롭힘은 갑자기 발생한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평소와 같은 "정상적인" 상태였다. 이런 히라에게 키요이는 차라리 구원이었다. 키요이는 외모도 아름답지만, 히라의 장애나 외골수적인 성격을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히라가 그 때까지 만난 사람들과 달랐다. 그런 키요이를 지키기 위해 부정적, 소극적인 성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히라 자신도 외적, 내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아름다운 그> 소설은 4부까지 있고, 드라마 시즌1, 시즌2, 영화는 2부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과 드라마, 영화의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세부적인 차이는 있다. 드라마에서 히라는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 집에서 혼자 살았는데 소설에서는 대학 진학 이후에 숙모 가족의 빈 집에서 자취를 시작한다. 드라마에는 안 나온 것 같은데 소설에선 코야마(히라의 대학 동기이자 사진부 동기)의 형이 흘음을 앓았던 적이 있어서 코야마가 히라의 증세를 금방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도와줬던 것으로 나온다. 드라마에는 키요이의 대학 진학 여부가 안 나오는데 소설에선 키요이도 대학에 다닌다. (키요이 소속사 사장님도 그쪽이라고...)


소설은 '19세 미만 구독 불가'답게 수위 높은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이 장면들도 드라마와 비슷한 듯 다른 점이 있으니, 드라마가 좋았다면 소설도 꼭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