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거리 - 김민정의 1월 시의적절 1
김민정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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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난다에서 올 한 해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열두 명의 시인들이 릴레이로 책을 내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름하여 '시의적절' 시리즈. 첫 책인 1월의 주인공은 출판사 난다 대표인 김민정 시인이다. 펼쳐보니 1월 1일부터 31일일까지 하루에 한 편 씩, 총 31편의 글이 실려 있다. 하루에 한 편 씩 읽으라는 의도가 담긴 구성인데, 글이 너무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이후에 나온 책들도 뒤늦게나마 전부 구입해 읽을 예정이고, 유희경 시인님이 쓰신 9월'호(?)'도 주문한 상태다.


시인의 책답게 시도 있고, 일기, 에세이, 인터뷰 등도 있다. 나는 특히 인터뷰가 좋았다. 몇 해 전 고인이 된 코미디언 박지선과 국악인 황병기의 인터뷰를 읽을 때에는 가슴이 먹먹했고, 번역가 김화영과 배우 고아성의 인터뷰를 읽을 때에는 한국 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난 듯했다. 박지선 씨가 생전에 동료 여성 코미디언들과 함께 했다는 북클럽이 계속되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더한다. 고아성 배우는 원래도 좋아했지만 아니 에르노를 읽는다는 말에 더 좋아졌다.


김민정 시인과 친분이 있는 허수경 시인, 최승자 시인의 이야기도 일기 형식으로 실려 있다. 일기라고 하면 보통 그 날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들었는지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의 일기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만난 사람, 대상의 이야기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장기 입원 중이신 아버지와의 대화에 나온 '잘 듣고 잘 보고 잘 기록하고'라는 말도 왠지 좋아서 메모해 두었다. 그렇게 잘 듣고 보고 기록한 것들을 엮어서 책이라는 귀한 존재를 만들어내는 저자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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