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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평점 :
영국 템스강 위에 떠 있는 유람선 넬리호에 선장을 비롯한 다섯 명의 남자가 타고 있다. 강 위를 뒤덮은 안개 너머로 하루가 저물어감을 알리는 어둠이 스밀 때, 말로라는 이름의 한 사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선원으로서 적도와 남반구, 북반구를 누비고도 모험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없었던 말로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한 무역회사가 운영하는 상선의 선장으로 취직해 (아마도 지금의 콩고로 짐작되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로 떠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일이 "인간의 꿈, 영국연방의 씨앗, 제국의 싹"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말로는 기대와 희망으로 마음이 잔뜩 부푼 상태였다.
그러나 배를 타고 그곳으로 향하면서 말로는 점점 자신의 기대와 희망이 꺾여감을 느낀다. 자연은 인간에 대한 자비 따위 없이 흉포하고, 원주민들은 갈비뼈가 보일 만큼 앙상한 몸으로 가혹한 노동을 수행한다. 원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백인들은 틈만 나면 공포와 불안을 호소한다. 이들의 얼굴이 유일하게 빛나는 순간은 '커츠'라는 남자에 관해 말할 때다. 성공한 상아 중개상인 커츠는 여기서 일하는 백인들에게 있어 본받고 싶은 영웅이자 지도자 같은 존재다. 하지만 말로가 실제로 만난 커츠는 평범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시간이 흘러 그의 실체를 알수록 경악한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에서 출간한 조셉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장>은 콘래드 사망 100주기를 맞아 출간된 책이다. <어둠의 심장>은 작가인 콘래드 자신의 경험이 많이 반영된 소설이다.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1874년 프랑스 상선의 선원이 되었고 1886년 영국으로 귀화했다. 오랫동안 선원으로 일하면서 소설 쓰기를 병행했던 그는 37세 때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 <어둠의 심장>은 그가 1890년에 실제로 콩고강을 운항했던 경험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배경에 대한 묘사가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고, 식민지를 구성하는 인물 군상에 대한 묘사 또한 생생하다.
이 소설은 말로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 커츠다. 커츠는 탁월한 수완으로 엄청난 양의 상아를 채취하고 원주민들을 노련하게 다루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말로가 직접 보니 그는 그저 원주민들을 쉴 새 없이 부리고 쓸모가 없어지면 죽여서 없앨 뿐이었다. 효율과 성과에 눈이 멀어 인간의 영혼을 잃은 커츠와 맹목적으로 그를 신봉하며 그에게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로는 여기가 지옥이라고, 어둠의 심장이라고 생각한다. 1899년에 발표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유의미한 가치와 지적을 담고 있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