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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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다. 자기 자신과 너무 비슷한 사람에게는 일부러 거리를 두거나 질투심을 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게일 콜드웰이 어느 문인 모임에서 처음으로 캐럴라인 냅을 만났을 때 곧바로 친구가 되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둘 다 비혼 여성 작가인 데다가 사는 지역도 비슷하니 가깝게 지내면 각자의 고유성 또는 정체성이 흐려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몇 년 후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둘 다 개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 정도로 공통점이 많으면 운명이다.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런데 막상 친해지고 보니 두 사람은 공통점만큼이나 차이점도 많았다. 일단 당시 게일은 사십 대였고 캐럴라인은 삼십 대 중반이었다. 게일은 미국 남부의 시골 마을에서 농부의 딸로 자란 반면 캐럴라인은 미국 동부의 대학도시에서 교수의 딸로 자랐다. 그러나 둘 다 자신의 가정 환경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어린 시절에 앓은 소아마비의 후유증으로 다리가 약간 불편하고, 알코올 중독과 거식증, 실연의 상처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깊은 이해와 공감을 나누게 되고, 서로의 연인조차 부러워 할 정도의 우정을 쌓았다.


그렇게 함께 개를 키우고 산책하고 배를 타면서 오래오래 정답게 늙어가기를 바랐건만, 어느 날 갑자기 캐럴라인이 폐암 선고를 받으면서 둘은 이별을 맞게 되었다. 병이 발견되었을 때 이미 4기였던 데다가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의 여파는 캐럴라인이 떠난 후에 왔다. 캐럴라인과 함께 산책했던 길을 혼자서 걷고, 캐럴라인과 함께 배를 탔던 강에서 혼자서 노를 저을 때마다 캐럴라인의 빈 자리를 느꼈다. 캐럴라인의 반려견 클레먼타인을 볼 때마다 캐럴라인이 생각났다. 영문도 모른 채 이별을 맞고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는 개의 모습이 꼭 자신 같다고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에 종종, 아니 자주 그 친구 생각을 한다. 비가 오면 그 친구와 함께 비를 맞으며 걸었던 거리의 풍경이 떠오르고, 그 친구가 좋아했던 음식을 보면 그 친구한테 한 번이라도 더 사줄 걸 싶다. 게일은 캐럴라인과 더 오랫동안 더 친밀하게 지냈으니 후회나 미련, 아쉬움과 그리움이 더 클 것 같다. 헤어짐이 아쉬워서 자꾸만 먼 길로 돌아가자고 말하게 되는 친구를 내 인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난다 해도 너의 자리를 채우지는 못할 거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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