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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ㅣ 앗코짱 시리즈 2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2월
평점 :
27세 여성 에노모토 아케미는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유명 푸드기업의 5년차 직장인이다. 고객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아케미는 고객들의 민원과 직장상사의 갑질에 시달린 나머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며 '누군가 뛰어들어 죽어서 회사에 늦게가길' 빌 정도로 마음이 많이 지친 상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케미는 지하철 플랫폼의 주스 판매대에서 일하는 키 큰 여자로부터 기분 나쁜 색깔의 스무디 한 잔을 건네받는다. "시금치랑 고마쓰나랑 사과 스무디예요. 무료 캠페인 중입니다. 마셔 봐요." 안 받을 수도 없고, 받은 걸 버릴 수도 없어서 억지로 마셨는데 그 날 이후 아케미의 인생이 바뀐다.
유즈키 아사코의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는 '앗코짱 신드롬'을 일으킨 전작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의 후속편이다. 전작에서 도시락 바꾸기 놀이로 직장 후배인 미치코의 인생을 바꾼 앗코 여사가 이번에는 스무디로 아케미의 인생을 바꾼다.
미치코는 작은 출판사의 영업 보조이고 아케미는 대기업의 정사원이지만, 두 사람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사회가 정해놓은 루트대로 사는 것을 정답으로 여기고 루트에서 벗어나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남들이 바라는 것, 하라는 것을 하면서 몸은 몸대로 지치고 마음은 마음대로 괴롭다. 그런 두 사람에게 앗코 여사는 다른 인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그 방법은 직접적인 설교가 아니라 간접적인 힌트다.
앗코 여사는 일 때문에 너무 지쳐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아케미에게 직접 만든 스무디를 먹인다. 그동안 바빠서 외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웠던 아케미는 처음엔 스무디의 푸르죽죽한 색상과 시금털털한 맛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점점 몸이 건강해지고 불면증이 해소되고 스트레스가 덜 쌓이는 것을 체감하면서 나중에는 앗코 여사가 만든 스무디를 마시기 위해 출근길을 기다리는 지경(?)이 된다.
이 책에는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에서 앗코 여사에게 도시락을 싸주었던 직장 후배 사와다 미치코의 현재 이야기도 나오고, 기시와다 도코, 와카바야시 사에 등 새로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이야기나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