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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1139년 가을. 영국 슈루즈베리에 위치한 베네딕토회 소속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는 수도원에서 고작 800미터 거리에 있는 세인트자일스 병원을 방문한다. 세인트자일스 병원은 나병 환자들이 주로 입원하는 병원으로, 캐드펠 수사는 직접 만든 허브 치료제를 전해주기 위해 조수인 마크 수사와 함께 석 주에 한 번꼴로 그곳을 찾고 있다. 마침 그 날은 며칠 후 수도원에서 혼례식을 치를 예정인 귀족들이 도착하는 날이다. 환자들과 함께 행렬을 지켜보던 캐드펠 수사는 신랑의 나이는 육십을 바라보는데 신부는 열여덟 살이라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영국의 추리 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대표작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제5편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같은 시리즈의 제1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과 제4편 <성 베드로 축일>과 전개가 비슷하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는 아버지가 죽은 후 딸의 연인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성 베드로 축일>에서는 삼촌이 죽은 후 여자 조카와 훗날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남성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세 작품 모두 부와 명예를 모두 지닌 나이든 남성이 죽고 그와 가까운 관계인 젊고 아리따운 여성과 연인 관계이거나 훗날 연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남성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다는 점이 동일하다.
그러나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에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성 베드로 축일>과 구분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문제의 나이 든 신랑 휴언 드 돔빌이 죽기 '전에' 어린 신부 이베타의 연인인 조슬린이 다른 범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도망자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결혼식 당일 시체로 발견된 휴언 드 돔빌을 죽인 범인 또한 조슬린이라고 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 간의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결혼을 결심한 늙은 남자는 죽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준 젊은 남자는 용의자로 몰려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신부 이베타의 처지가 가련하고 애처롭다.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듯 보였던 사건 해결의 단서는 캐드펠 수사의 전문 분야인 식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을 단서로 삼은 캐드펠 수사는 끈질긴 추리와 조사 끝에 휴언 드 돔빌이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을 알아낸다. 소설 초반에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성을 신부로 맞는 휴언 드 돔빌이 밉게만 보였는데, 소설 후반에 이르러 그의 비밀을 안 이후에는 그렇게 많은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사랑만은 가질 수 없었던 그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수께끼의 나환자 라자루스의 정체도 결말 부분에서 밝혀지는데, 이 사연 또한 기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