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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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실종된다. 경찰과 이웃 주민들은 열심히 여학생을 찾지만 좀처럼 여학생은 발견되지 않고 단서조차 안 나온다. 그러다 저수지 근처에서 젊은 여자의 옷이 발견된다. 여학생의 옷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경찰은 저수지 주변을 철저히 수색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단서는 나오지 않고, 그 사이 실종자 수는 다섯 명으로 늘어난다. 한편 돈 벌러 도시로 떠난 엄마를 기다리며 저수지 근처 방갈로에 숨어 사는 삼 형제는 요 며칠 경찰이 주변을 왔다갔다 해서 불안하다. 경찰에게 발견되면 더 이상 굶주리지도 않고 더러운 곳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겠지만, 엄마가 곤란에 처할 것이며 영영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아오이가든>은 2000년에 등단한 편혜영 작가가 2005년에 발표한 첫 소설집이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청아하고 세련된 느낌의 소설이 실려 있을 것 같았는데 읽어보니 전혀 달랐다. 마침 얼마 전에 편혜영 작가의 장편 소설 <재와 빨강>을 읽어서 그나마 덜 놀랐지, 그렇지 않았다면 묘사의 잔인함과 내용의 기괴함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버림받고 방치된 존재들이 모여 있는 저수지에 대한 묘사가 일품인 첫 번째 단편 <저수지>의 뒤를 잇는 표제작 <아오이가든>은 <재와 빨강>과 세계관이 상당히 비슷하다. 두 소설 모두 역병이 창궐하면서 봉쇄 조치가 내려진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도시에서 처음으로 역병 환자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나'는 오랫동안 아무도 집에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누이가 나타나 초인종을 누르며 자신을 들여보내 달라고 한다. '나'와 한 집에 사는 '그녀'는 봉쇄로 인한 긴장과 공포로 정신을 놓아버린 듯 보인다.


이어지는 단편 <맨홀>은 맨홀 안에 모여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문득>은 낚시꾼이 발견한 시체 한 구와 남편을 찾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가 올 아메리칸 걸을 죽였나>는 추리 소설의 결말을 끝내 알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된 남성의 이야기이다. 하나 같이 설정이 기발하고 전개를 종잡을 수 없다. 무덥고 긴 여름밤에 하나씩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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