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 현직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뒤집어지는 인간관찰기
이도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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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주요 교통 수단이다. 그런데 그런 지하철을 운전하는 기관사의 이야기는 이제까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2024년 제11회 브런치북 대상수상작 <마리오네트 지하철>을 바탕으로 출간된 책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의 저자 이도훈은 현직 부산지하철 기관사이다. 올해로 7년차 기관사인 저자는 매일 부산지하철 2호선을 운전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건들과 기억에 남는 승객들은 물론, 기관사가 아니면 알기 힘든 기관사의 세계, 기관사 되는 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기관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고 없이 운전하는 능력? 매 시각 정확하게 정차하는 능력? 온갖 지하철 빌런들을 상대하는 능력? 모두 다 중요한 능력이지만,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말해지는 능력은 따로 있다. 바로 '대장 관리능력'이다. 기관사는 한 번 열차에 오르면 몇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갈 수 없다. 그래서 평소에 음식 조절도 하고 화장실이 보일 때마다 가는 식으로 관리를 열심히 한다. 하지만 어디 설사나 급똥이 예고하고 시작되는가. 저자 또한 예기치 못한 대장의 신호 때문에 운전 중 말 그대로 '큰일'을 치를 뻔한 적이 있다. 정말 치렀는지 안 치렀는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이런 상황을 제외하면, 기관사의 일은 사실 단조로운 편이다. 근무 시간 대부분은 어두운 지하에서 매뉴얼대로 지하철을 운전하며 보낸다. 단조로움을 깨는 존재가 바로 지하철의 승객들이다. 책에는 저자와 저자의 동료들이 만난 다양한 승객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상하기로 유명한 서울지하철 1호선 빌런들 못지 않다. 어떤 행위는 허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지만, 닫히는 출입문에 장우산을 집어넣는 '쟈철에페'는 기관사와 다른 승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때로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아무리 급해도 삼가는 것이 좋겠다.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기관사의 세계를 소개해주는 대목들도 무척 흥미로웠다. 지하철 기관사는 야간 근무를 할 때 귀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박지에 위치한 침실에서 숙박한다는 것, 그뿐 아니라 지하철 역사와 지하에는 기관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이용하는 강의실이나 휴게실, 보건실, 샤워실, 구내식당 등이 마치 개미굴처럼 위치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기관사가 되기 위해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어떤 시험을 통과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 미래의 기관사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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