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지음 / 스위밍꿀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희의 별명은 '사랑의 신'이다. 어느 모임, 어느 집단에 속하든 누군가의 구애를 받고 끊임없이 연애를 하기 때문이다. 오월의 어느 밤에도 그랬다. 주희는 어느 모임에 나갔다가 우연히 한 테이블에 둘러 앉게 된 사람들 중 한 명인 현우와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 주희의 관심은 현우가 아니라 다른 두 사람 - 솔아 언니와 지원 언니에게 있었다. 이들은 '되기 전 모임'이라는 일종의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는데, 주희는 다른 두 언니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현우를 이용한다. 현우는 이를 모르지 않았고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점 그런 주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김화진 작가의 연작 소설 <공동의 이동 경로>는 글쓰기 모임의 네 멤버 - 주희, 솔아, 지원, 현우- 가 각각 주인공인 네 편의 단편을 포함해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신>의 뒤를 잇는 <나의 작은 친구에게>는 타투이스트인 친구 지원을 좋아하는 솔아가 주인공이다. 솔아는 지원이 해준 공룡 문신이 사라지는 사건을 겪으며 복잡한 기분을 느낀다. <나 여기 있어>는 솔아의 마음을 사실은 알고 있는 지원이 주인공이다. 지원은 우울증을 앓았던 친구 효진이 사고로 죽은 후 자신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자신에게 다가와 준 솔아에게 고마운 감정을 품고 있지만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이무기 애인>은 주희의 애인인 현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기자 지망생이었던 현우는 '되기 전 모임' 멤버 중에서 글쓰기와 가장 거리가 멀었던 자신이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는 것에 열등감을 느낀다. 주희의 애인은 자신이지만, 사실 주희의 관심은 솔아와 지원에게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주희와 헤어지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주희가 원망스럽다. 마지막 단편 <공룡의 이동 경로>는 지원이 솔아에게 해준 공룡 문신 '피망이'가 주인공이다. 솔아는 문신조차 영원하지 않다며 한탄했지만, 사라진 문신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