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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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생 열네 살 중학교 1학년인 강윤슬은 아이유와 세븐틴을 좋아하고 최애 음식이 마라탕인 '요즘 애들' 그 자체다. 윤슬의 엄마 1980년생 최수일은 서태지와 이상은을 좋아하고, 매운 음식에 열광하는 딸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그뿐일까. 외동딸인 윤슬과 엄마 수일은 오랫동안 서로가 곁에 없으면 안 되는 사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윤슬은 엄마가 하는 말이 잔소리로만 들리고 수일은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두 사람에게 '어떤 사건'이 발생해 2023년의 여중생 윤슬은 30년 전인 1993년의 여중생 수일로 살고, 2023년의 마흔네 살 엄마 수일은 2023년의 중학생 윤슬로 살게 된다. 1993년으로 간 윤슬은 스마트폰이 없는 건 당연하고 샤워할 때 온수도 잘 안 나오며, 성적 경쟁이 심하고 교사의 학생 체벌이 가능한 '야만의 시대'에 살게 된 것에 큰 불만을 느낀다. 2023년의 중학생으로 살게 된 수일은 학교 수업을 '디벗'으로 하고 방과후에도 학원 수업이 이어지는 현실에 당황한다.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뀌거나 딸이 엄마의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는 설정 자체는 참신하지 않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주인공 모녀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들과 네컷 사진을 찍는 게 취미이고 뉴진스의 안무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윤슬은 요즘 여자아이를 빼다 박은 듯하다. 교내 폭력 등 부당한 상황을 보면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점, 원하는 것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상대에게 솔직히 말하는 점 등도 자기 표현에 능숙한 요즘 청소년들을 보는 듯했다.


엄마 수일이 딸 윤슬로 살아보는 장면들도 재미있었다. 수일과 같은 1980년대생으로서 1993년이 배경인 장면들을 보면서 반가움과 친근감을 많이 느꼈다면(사전 찾아 보면서 숙제하고, 밤마다 라디오 듣고...), 2023년이 배경인 장면들을 볼 때는 엄마 수일이 느끼는 당혹감을 나도 똑같이 느꼈다. 디벗이 뭔지 이 소설을 읽고 처음 알았고, 중학생 과제가 대학생 팀플 수준인 것에도 놀랐다. 


그렇게 딸은 엄마의 과거를, 엄마는 딸의 현재를 일주일 간 '직접' 체험해 보면서 서로의 삶의 무게를 깨닫고 전보다 서로를 더 애틋하게 느끼는 전개가 뭉클했다. 서로의 삶이 바뀌는 사건이 있기 전까지, 윤슬은 엄마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수일은 딸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해 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한때는 한몸이었지만 이제는 서로 개별적인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그래서 더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차이점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좋다, 그래서 더 좋다는 걸 알게 되는 이야기라서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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