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아는 사람 - 유진목의 작은 여행
유진목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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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여행이라는 행위보다 여행이라는 개념 자체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팬데믹이 완화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좀처럼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걸 보면 그렇다. 가보고 싶지만 가볼 엄두는 못 내는 여행지 중 하나가 베트남이다. 주변에 베트남 다녀온 사람도 많고,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베트남 여행 이야기를 보거나 듣는 것도 좋아하는데 왜 여태 못 가고 있는 걸까. 그런 나의 등을 살짝 밀어준 책이 시인이자 작가, 영화 감독인 유진목의 베트남 여행 산문집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2022년 여름. 6년 간 이어진 소송을 마친 저자는 수면 장애와 식욕, 성욕 감퇴라는 증세를 얻었다.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자는 베트남 길거리에서 파는 분짜 한 그릇만 먹으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 같다는 영감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길로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 여행 초반에는 호텔에서 쉬다가 자다가 허기가 지면 밖으로 나가서 분짜 한 그릇 먹고 커피 마시고 망고를 사 먹는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니 조금씩 기운이 차올라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 정도가 되었다. 어디든 너무 덥고 습했지만, 한국에서 무력하게 보냈던 나날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게 저자는 그 해 여름에만 세 번 베트남을 여행했다. 한 번에 열흘 혹은 2주 씩 다녀왔으니 다 합치면 제법 긴 기간이다. 그렇게 베트남에 푹 빠졌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무엇-없음'을 든다. 할 일-없음, 아는 사람-없음, 신경 쓸 것-없음, 불안-없음, 걱정-없음...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없음이 곧 자유(free)이며 자유가 곧 없음인 이유를 알 듯했다. 이 책을 읽으니 여태 내가 여행을 못하고 있는 것은 계획-없음 상태를 못 견디는 파워J 성향 때문인가 싶고, 그런 상태를 견디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라도 저자처럼, 저자와 비슷한 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가 될까. 언제든 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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