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7
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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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문구에 혹해 이 책을 구입했다. 읽어보니 방점이 '실험적인'에 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서의 재미가 덜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속 비슷비슷한 인물, 비슷비슷한 배경, 비슷비슷한 사건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실험 자체가 트릭이 되고 사건 해결의 키(key)가 되는 이 소설이 신선하고 파격적인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은 실종된 한 남자가 남긴 원고로부터 시작된다. 실종된 남자의 이름은 '시몽 르쾨르'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신분증은 위조되었고, 사람마다 기억하는 그의 이름은 제각각이다. 실종되기 전 그가 타자기 옆에 남긴 원고의 내용도 사실인지 아닌지 불명확하다. 원고의 내용은 이렇다. 한 남자가 구인 광고를 보고 면접 장소로 간다. 면접 장소에는 정체가 모호한 면접관 '진'이 기다리고 있다. 진의 지시로 북부 역으로 향하던 남자는 길에 쓰러진 소년을 발견해 근처에 있는 소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알쏭달쏭한 말만 들을 뿐이다.


이후에도 예측을 불허하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생물인지 무생물인지조차 불분명하고, 현실은 꿈이 되고 꿈은 다시 현실이 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세계... 익숙지 않은 설정과 전개를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독자에게는 인내심을 요하는 독서가 되겠으나, 어느 책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환상적인 분위기와 한 번 도전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을 미덕으로 받아들인다면 인상적인 체험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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