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수린 작가의 책을 열심히 따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첫 소설집을 아직 안 읽었을 줄이야... 다행히 올해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백수린 작가의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의 개정판이 나왔다. 인터넷서점으로 이 책을 구입한 후에 북클럽문학동네 이달책으로 한 권 더 구입했는데, 인터넷서점에서 받지 못한 백수린 작가의 미공개 습작이자 진짜 첫 단편인 <셀로판 나비>를 이달책으로 받을 수 있었다. 진짜 첫 단편이라고 해서 <폴링 인 폴>을 읽기 전에 <셀로판 나비>부터 읽었는데 이 작품 아주 좋다. 아직 못 읽었거나 (나처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할 때 빠트렸다면 일부러라도 구해서 읽어보시길. 


<폴링 인 폴>에는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이라서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작가가 많이 고쳤나 싶었는데, 개정판 작가 후기에 따르면 '대부분의 내용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라고. 그런데도 요즘 독자들이 읽어도 만족하겠다 싶을 정도로 감성이 신선하고 발상이 새롭다. 표제작 <폴링 인 폴>은 삼십 대 후반의 한국어 강사인 '나'가 이십 대인 재미 교포 남성 '폴'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일견 연상인 여성이 연하인 남성을 짝사랑하면서 그의 여자친구를 질투하는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국적과 언어, 나이와 성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통의 오류와 새로운 가능성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감자의 실종>이다. 방송국에서 공채 성우로 일하는 '나'는 어느 날 자신이 '감자'라고 알고 있었던 대상이 사실은 '개'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을 느낀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지각하는 동물인데 그 언어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세를 분담하기 위해 함께 사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거 도둑>과 어느 날 수족관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밤의 수족관>도 계속 곱씹게 되는 내용이다. 초반에 실린 단편들은 배경이 이국적이고 성인 여성의 일과 연애에 대한 고민을 그린다는 점에서 백수린 작가의 최근작들과 비슷한 느낌인 반면, 후반에 실린 단편들은 화자가 남성이거나 환상의 요소가 차용된 점이 신선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