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포옹
박연준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연준 시인의 산문을 좋아한다. 큰 사건이 없어도 작은 발견으로 공감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걸 박연준 시인의 산문을 읽을 때마다 배운다. 박연준 시인의 여섯 번째 산문집 <고요한 포옹>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책은 저자의 반려묘 '당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편인 장석주 시인과 단둘이 사는 저자는 전부터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싶었지만 남편의 반대로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상의 없이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는데, 걱정한 대로 불같이 화를 냈던 남편이 지금은 저자보다 더한 고양이 사랑꾼이 되었다고 ㅎㅎ


마흔 넘어서 처음으로 운전에 도전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주차하다 기둥을 들이받고 단골 카페의 유리창을 깨는 사고를 내자 남편은 제발 운전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든 말든 여전히 즐겁게 운전을 하고 있다니 씩씩하고 멋지다. 몇 년 전 배우기 시작한 발레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되기 쉬운 나'를 버리고 '되고 싶은 나'를 택하는 결심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의 간극보다는 작다. "행복은 체험이다. 많이 겪어본 사람이 더 자주, 쉽게 겪을 수 있다." (61쪽)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어떻게든 실행하는 성격은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길러진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첫 번째 산문집 <소란>을 출간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몰랐고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이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시작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를 알아볼 것' 그리고 '모르는 채 태어날 것'. 오랫동안 괴롭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저자가 이제는 행복을 이야기하고 성취의 기쁨을 알려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도 저자의 나이쯤 되었을 때 이렇게 산뜻하고 유쾌한 글을 쓰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