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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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는 자아를 성찰하는 내면 일기보다 외부 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는 외면 일기, 즉 바깥 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더욱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일종의 사회 탐구 프로젝트를 실천했는데, 그 일환으로 출간된 책 중 하나가 1985년부터 1992년까지의 기록을 담은 <바깥 일기>이고, 다른 하나가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의 기록을 담은 <밖의 삶>이다.


<바깥 일기>에서는 저자가 사는 신도시에 새로 생긴 기차역과 그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찰이 주를 이룬 반면, <밖의 삶>에서는 점점 더 영향력을 넓혀가는 대중매체 속 현대 사회의 모습에 대한 관찰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예가 리얼리티 쇼의 흥행이다. 저자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리얼리티 쇼가 생겨나면 허구는 사라질 테고 그러다가 그렇게 연출된 현실을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면 허구가 되돌아오리라"고 예측했는데(15쪽), 이 예측이 맞는지 틀린지 현재로서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공감이 된다.


이 책이 집필된 1990년대 중후반에는 국제적인 규모의 분쟁이나 사건이 많았다. 걸프전, 보스니아 내전,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다이애나 비 사망, 유럽연합 출범과 유로화 사용 등이다. 1993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폭탄 테러에 대해 기술하면서 예술이 생명보다 소중한지 묻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유기된 동물의 안위를 걱정하는 뉴스를 보면서 노숙자의 복지를 생각하는 대목도 있는데, 인간중심주의를 내세웠다기보다는 사건의 이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지극히 아니 에르노다운 시각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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