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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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대단한 사람은 정말 많구나. 영화 평론가이자 작가인 김도훈의 산문집 <낯선 사람>을 읽고 든 생각이다. 책에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나 모종의 이유로 평가절하된 인물 26명이 나온다.


제인 구달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업적을 남겼지만 제인 구달보다 못한 평가를 받는 동물학자 다이앤 포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에서 할리우드의 문제아로 전락한 가수이자 배우 린제이 로한, 섹슈얼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한때는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았으나 이제는 패션계의 볼드모트가 된 사진작가 테리 리처드슨, <아바타> 이전에 CG 애니메이션 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영화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등이다.


이들 중에는 다이앤 포시나 린제이 로한처럼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 때문에 논쟁의 중심이 되고 저평가의 빌미를 제공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로버트 저메키스처럼 본인의 성취를 시대가 따라가지 못해서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1987년 보수적인 이탈리아에서 진보적인 성교육과 환경 정책, 동물권 정책을 주창하며 포르노 스타로는 최초로 국회의원이 된 치치올리나, 1980년대 에이즈 범유행이 시작된 미국에서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랑과 포용을 외친 타미 페이 등도 후자에 해당한다.


자신의 재능이 시대와 조응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추락한 인물도 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었지만 히틀러의 치어리더 역할을 한 흑역사를 가진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 섹슈얼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최고의 대우를 받았지만 이제는 패션계의 볼드모트가 된 사진작가 테리 리처드슨,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 내내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으나 버블 붕괴와 함께 인기가 사그러든 가수 곤도 마사히코 등이 그렇다.


자신의 재능이나 성취 자체가 논란의 중심이 되는 사례도 있다. 전형적인 미남 배우는 아니지만 그의 연기를 보면 미남처럼 보인다는 논쟁이 있는 배우 애덤 드라이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인물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낳은 소설가 미셸 우엘베크 등이 그렇다. 냄새로 파킨슨병을 판별하는 '슈퍼파워'의 소유자 조이 밀른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자신에게 밀른과 같은 능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초능력자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혹시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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