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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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작가가 2013년에 발표한 첫 소설집이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단편소설 <담요>를 비롯해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손보미 작가 하면 한국 소설가인데 미국 소설 같은 소설을 쓴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도 그러한 인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 소설 같은 소설은 어떤 소설이고 한국 소설 같은 소설은 어떤 소설인지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맨처음에 실린 <담요>와 마지막에 실린 <애드벌룬>은 등장인물이 일치한다. 무명의 소설가인 '나'는 <난 리즈도 떠날 거야>를 출간한 지 얼마 안 되어 '한'과 절교한다. '한'은 자신의 직장 상사인 '장'의 이야기를 '나'가 멋대로 소설에 인용했다며 '나'와의 인연을 끊었다. '장'은 아내를 잃고 혼자서 아들을 키우다 아들과 함께 간 록그룹 공연에서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애드벌룬>은 <담요>에 나오는 '장'의 아들의 시점으로 쓴 이야기이다. 연결해서 읽으면 매우 감동적이다. 


<담요>와 <애드벌룬>은 아니지만, 이 소설집에는 부부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실명한 남편을 위해 강의를 듣다가 강사와 친해지는 아내와 그 강사의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폭우>가 그렇고,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을 대신해 포르노 번역으로 생계를 잇는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 <침묵>도 그렇다. 표제작 <그들에게 린디합을>도 영화감독 남편과 배우인 아내가 중심에 있고, <여자들의 사랑>도 바이올린 연주자인 아내를 둔 남편이 화자이며, <육인용 식탁>에는 무려 세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과학자의 사랑>에도 전도유망한 과학자 고든 굴드와 그의 아내 비비안이 등장한다. 소설에서 굴드는 중력에 관한 연구를 하는데, 여기서 '중력'은 손보미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개념이다. 인간의 의지에 반하는 중력이라는 개념은 관습이나 질서 같은 사회적 압력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중에 하필 부부 관계에 주목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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