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건만 소설의 첫 만남 11
현덕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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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하늘은 맑건만>의 작가 현덕은 1909년 생이다. 한국 소년소설의 개척자라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이력을 찾아보니 월북 작가다. 이 책에 실린 두 작품은 저자가 동화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1930~40년대가 배경이다. 안반, 빈탕, 도시(도무지), 남저지(나머지) 같은 옛말이 나오는 점이 재미있고, 배경은 옛날이지만 거짓말, 양심, 죄책감, 의심 등 요즘 청소년들도 고민할 만한 문제를 다뤄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하늘은 맑건만>의 주인공 문기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작은 아버지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소년이다. 어느 날 숙모의 심부름으로 고기를 사러 간 그는 예상보다 많은 거스름돈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고기 파는 상인에게 거스름돈을 잘못 줬다고 솔직하게 말할지 아니면 애초에 숙모가 돈을 잘못 줬는지 확인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문기는 친구 수만과 만나고, 수만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바람에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빠진다. 


이 책에 실린 또 다른 소설 <고구마>의 주인공 기수는 학교 아이들이 농업 실습용으로 가꾸고 있는 고구마밭이 파헤쳐진 것을 발견한다. 화가 난 아이들은 고구마를 캔 범인으로 가정 형편이 안 좋아서 매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 교장 선생님 심부름을 하는 수만을 지목한다. 기수는 친구의 의리로 수만이 한 일이 아니라고 감싸주지만 아이들은 점점 더 수만을 몰아붙이고, 기수 또한 점점 수만을 의심하게 된다. 


두 편 모두 길이는 짧지만 중심 사건이 극적이고 강렬하며 몰입감이 대단하다. 특히 <하늘은 맑건만>에서의 문기는 별 생각 없이 한 작은 거짓말 때문에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빠지는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 두 편 모두 주인공은 그나마 양심이 있고 죄책감도 느끼는 아이들인데, 친구를 괴롭히거나 의심하고도 죄책감을 안 느끼는 <하늘은 맑건만>의 수만이나 <고구마>의 인환 같은 아이들은 커서 어떻게 될는지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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