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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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캘리(신연선) 작가님이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된 책이다. 저자 브래디 미카코는 1965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일본인 여성으로, 펑크 음악에 빠져 영국을 오가다 아예 영국에 정착했다. 런던의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다 프리랜서로 번역 및 저술 활동을 했고, 영국의 탁아소와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한 경험을 쓴 책 <아이들의 계급투쟁>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책은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를 둔 저자의 아들이 백인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주로 다니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겪은 1,2년 동안의 일을 담고 있다. 저자의 아들은 명문 가톨릭계 초등학교를 나왔다. 그 학교는 한국의 사립 초등학교처럼 잘 사는 집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라서, 학교 분위기도 좋고 부모들의 교육열도 높고 학생들도 대체로 모범생이었다. 저자의 아들은 그런 학교에서 학생회장으로 뽑힐 만큼 범생이 중의 범생이였다. 


그러나 졸업 후 학풍이 비슷한 명문 가톨릭계 중학교가 아닌,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들의 상황이 급변했다. 백인이 대다수인 학교에서 아시아계 혼혈인 아들은 존재 자체로 튀었다. 백인 학생들은 인종 차별, 이민자 혐오를 일삼았고, 소수인 유색인종 아이들 사이에도 온갖 차별과 혐오가 난무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아시아계 혼혈인 남자 중학생이 자신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센 백인 학생들 사이에서 분투하는 서사를 상상할지 모르겠는데, 전혀 아니다. 


저자의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는 비록 성적으로만 따지면 공립학교 랭킹 최하위, 밑바닥 중의 밑바닥 학교일지 몰라도, 교장과 교사들의 열의가 엄청나다.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을 위해 대신 돈을 내주고, 교복 살 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버려진 교복을 수선해 헐값에 판매하고, 학생들의 정서를 발달시키기 위해 음악, 뮤지컬을 비롯한 다양한 클럽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점이 그렇다. (폭력과 중독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 단조롭고 타인의 표정을 읽지 못해서 정부 차원에서 연기 수업을 많이 시킨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묘사된 저자의 아들이 너무나 착하고 사랑스럽다.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는 친구에게는 단호히 일침을 놓는가 하면, 가난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또 다른 친구에게는 어떻게 하면 상처 주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어쩜 그리 예쁘던지. 책의 제목인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역시 저자의 아들이 쓴 문장인데, 이 문장이 탄생한 에피소드도 매우 아름답고 짠하다. 공감(empathy)이란 '스스로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라는 대답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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