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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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김익한 작가의 신간 <파서블>을 읽고 그의 전작이자 대표작인 <거인의 노트>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새해 첫날부터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읽기에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 책은 기록학을 전공한 기록학자가 쓴 책답게 기록의 의미와 방법, 효과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또한 청년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기록을 실천해온 사람의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담겨 있어 유용하다.


우선 기록은 메모와 다르다. 메모는 기록의 원천이고 기록은 메모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면 그것은 메모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키워드나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요약해 적는다면 그것은 기록이다. 기록은 외부의 정보를 자신의 내면에 입력하는 작업인 동시에, 내면에 존재하는 잠재력을 외부로 끄집어내는 활동이다. 기록에는 필연적으로 자기만의 생각과 해석이 개입되며, 기록은 일종의 편집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을 하지만 기록을 통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록을 반복하고 지속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록을 통해 정보를 발견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면, 기록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면서 선별한 정보를 숙련하고 가공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을 주로 기록하며, 이를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단위로 반복해 점검하면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 가능성을 모색한다. 


기록의 목적은 기록 그 자체가 아니다. 저자의 경우, 기록의 목적은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이 어지럽혀져 있으면 물건 하나를 찾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마찬가지로 하루 동안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필요한 지식이나 지혜를 찾는 데 큰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매일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원하는 정보나 생각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고 지식과 지혜를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쌓인다. 


기록의 고수는 많이 쓰지 않는다. 핵심만 남기고 다 버린다. 무엇이 핵심이고 핵심이 아닌지 알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수밖에 없다. 독서는 내용을 파악하고 핵심만 요약하는 연습을 하는 데 있어 최적의 방법이다. 저자는 책을 읽을 때 두 페이지 읽고 핵심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고, 또다시 두 페이지 읽고 핵심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는 식으로 읽는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책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기억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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