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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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나의 눈부신 친구>, <어른들의 거짓된 삶> 등을 쓴 이탈리아의 여성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산문집이다. 산문집이라고 해서 저자의 일상이나 개인적인 생각, 감상 등을 기록한 신변잡기적인 성격의 책을 상상했는데, 읽어보니 전혀 달랐다. 주로 어떤 책을 읽으며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그 후 어떤 식으로 글쓰기를 하면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작가와 어떤 책의 영향을 받아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상세히 소개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자서전과 작법서가 혼재되어 있는 형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남성 작가들의 책을 주로 읽었던 저자는 자신은 여성이기 때문에 그들처럼 위대한 글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베네치아의 여성 시인 가스파라 스탐파의 시를 읽고 남성 작가처럼 쓰려고 애쓸 필요 없이 여성으로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 거트루드 스타인, 에밀리 디킨슨 등 수많은 여성 작가, 시인들의 글을 읽으며 '여성으로 산다는 것'과 '여성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이탈리아의 여성주의적 관점의 사회이론가 아드리아나 카바레로가 저자의 작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드리아나 카바레로의 책 <바라보는 타자와 서술하는 타자>에는 여성인 두 친구가 등장한다. 한 친구는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들려준다. 이제까지 친구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던 친구가 어느 날 그동안 들은 이야기를 글로 써서 친구에게 선물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선물받은 친구는 기뻐한다. 저자는 이들의 관계를 보면서 여성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친구('꼭 필요한 타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너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네가 나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하기 위함이다.") 


그때까지 주로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써왔던 저자는 이후부터는 여성인 두 친구를 중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성의 오랜 우정을 그린, 저자를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대표작 <나의 눈부신 친구>(를 비롯한 '나폴리 4부작')이다. 저자의 초기 대표작인 '나쁜 사랑 3부작'의 창작 과정도 자세히 나오는데, 이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다. 작품을 쓰게 된 배경과 집필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등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저자의 작품을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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