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씨의 친구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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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만화 데뷔 20주년 기념작 <미우라 씨의 친구>가 출간되었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처음 읽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주년이라니. 내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처음 읽은 건 2012년이니까 그 때부터 치면 11년이 흘렀지만 그래도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첫 장을 읽고 그 다음장을 읽고, 그 다음장, 그 다음장, 그 다음장을 읽고 헉 소리를 내며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갔다. 이거... 내가 아는 '그' 마스다 미리 만화 맞아? 


만화의 시작은 이렇다. 비혼 여성인 미우라 씨는 얼마 전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하우스 셰어를 하게 되었는데, 하우스 셰어를 하게 된 친구는 미우라 씨의 수다를 즐겁게 들어주고 미우라 씨와 산책하는 시간도 즐거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 지카와 더는 연락하지 않게 되면서 내심 외롭고 서운했던 미우라 씨로서는 마음에 드는 새 친구가 생긴 것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하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반전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공개 안함)


미우라 씨는 내 편이 되어줄 친구가 단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친구라고 생각했던 지카와 멀어진 후, 이번에는 하우스 셰어를 하는 친구가 바로 그 친구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 친구는 미우라 씨가 무슨 얘기를 하든 '응', '그래?'라고 꼬박꼬박 대답하며 성의 있게 들어준다. 미우라 씨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살피며 '괜찮아?'라고 물어봐 준다. 미우라 씨는 이런 친구라면 '작은 균열' 때문에 관계를 끝내는 일이 없을 것 같다며 안도하고 기뻐한다. 


하지만 오직 내 편이기만 한 친구가 좋은 친구일까. 내가 듣고 싶은 대답만 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일까. 때로는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지기도 하고 내 편으로 생각되지 않는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 애초에 친구란 무엇일까. 가족은 아니고 애인도 아닌 사람을 뭉뚱그려서 친구라고 부르는 걸까. 나의 고독, 나의 불안을 달래주는 존재가 친구라면, 나는 누구에게 그런 친구일까. 그런 이기적인 이유로 이용되는 친구 사이도 친구라고 볼 수 있는 걸까. 


미우라 씨와 친구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미우라 씨와 친구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부동산 중개인, 미우라 씨의 남자 회사 동료 등)과의 일화들도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미우라 씨의 남자 회사 동료는 여러 가지 의미로 '문제적 인물'이라서(왜 문제인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이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을 정도다(대체 이 남자는 왜...?). 


미우라 씨가 "나는 나의 감정을 <친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는 것)"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보고 엘레나 페란테의 에세이에서 읽은 문장("내가 너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네가 나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하기 위함이다.")이 생각나기도 했다. 참고로 엘레나 페란테는 여성인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를 쓴 이탈리아의 여성 작가다. 둘 다 '여자에게 친구란 무엇일까'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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