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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평점 :

출판 편집자인 지원은 어느 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는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인 동해의 한 어촌으로 향하는 지원의 기분은 그저 담담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읜 지원은 아버지와 늘 서먹했다. 오래 전부터 고향을 떠나고 싶어 했고, 떠난 후로는 다시 찾지 않았다. 지원은 장례식장에서 옛 친구 주미와 만나지만 둘 사이에 더는 공통점이라곤 없다. 주미는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지원을 이해하지 못했고, 고향에서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호텔을 운영하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문진영의 소설 <딩>은 총 5부로 구성된 연작 형태의 소설이다. 각 부의 주인공은 지원, 주미, 재인, 영식, 쑤언이며, 이들은 모두 가늘게 연결되어 있다. 1부에서 지원의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온 어릴 적 친구로 등장하는 주미가 2부의 주인공이고, 2부에서 주미가 운영하는 호텔의 장기 투숙 손님으로 등장하는 재인이 3부의 주인공이고, 3부에서 재인이 단골로 드나드는 포장 마차의 사장으로 등장하는 영식이 4부의 주인공이고, 4부에서 영식과 한 집에 사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로 등장하는 쑤언이 5부의 주인공인 식이다. (이들은 또한 다른 이야기에도 짧게 등장한다.)
소설의 제목인 '딩'은 서핑 용어로 '보트가 뭔가에 부딪혀서 난 상처'를 일컫는다고 한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건 재인이 주인공인 3부다. 하와이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여성인 재인은 남자친구 P가 서핑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바다가 어딘지 보러 왔다가 예정과 다르게 오래 머물게 된다. 생전에 P는 재인에게 '딩'의 뜻을 알려주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서핑을 하면 딩 나는 건 당연"하고 "(딩 난다는 건) 내가 오늘도 파도에 뛰어들었다는 증거"라고. 그러니 상처 입고 아프고 힘들더라도 계속 살라는 메시지가 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