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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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나 도쿄>,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지>, <소녀 연예인 이보나>, <마고> 등을 쓴 한정현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한정현 작가의 소설을 좋아해서 산문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기대한 대로 좋았다. 저자가 첫 산문집의 테마를 '환승'으로 정한 건, 평생 남에게 자랑할 만한 특기가 없었던 저자가 환승만은 잘했기 때문이다. 


일단 저자는 '이름 환승'을 잘했다. 저자는 어릴 때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정현' 대신 스스로 지은 난희라는 이름을 썼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에서 내내 '한정현'으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필명으로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팬픽을 썼다(정확히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좋아하는 아이돌을 대신하는 다른 아이돌에 대해 썼지만...). 


전공은 영어인데 주변 사람들(정확히는 전 애인들)의 영향으로 인문학과 사회학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뉴질랜드에 정착할 마음을 먹은 적도 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한국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직업은 소설가이지만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한줄기로 난 길을 걷다가 다른 길이 눈에 들어오면 그 길로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달까. 


이런 저자의 삶의 방식은 저자의 소설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저자의 소설에는 여성,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이민자 같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가 많이 나온다. 저자의 소설 속 인물들은 사회가 가라고 떠미는 길을 걷는 대신 자기가 걷고 싶은 길을 스스로 택한다. 아무도 길을 내주지 않으면 직접 길을 내기도 하고,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기꺼이 길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저자가 그동안 발표한 소설의 창작 비화도 나오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소설만큼 애정하는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뉴질랜드 유학 시절 배수아 작가의 책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하셔서 나도 읽어보려고 한 권 주문했다. 이 책에 언급된 책과 영화들을 부지런히 찾아 읽고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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