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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노르웨이의 어느 해안 마을. 어부인 올라이는 아내 마르타의 출산을 기다리는 중이다. 올라이는 이제 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기대감보다 자칫하면 마르타와 아이 모두 잘못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어쩐지 이 순간에는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기도를 시작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니 마르타와 아이가 무사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그리고 아들이 태어난다면 아버지의 이름을 따 요한네스라고 짓겠다고.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가 2000년에 발표한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은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이 아들의 탄생을 기다리는 올라이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두 번째 장은 올라이의 아들 요한네스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장에서 거의 내내 엄마 뱃속에 있었던 요한네스는 두 번째 장에서 이미 노인이 되어 있다. 아버지 올라이의 바람대로 어부로서 평생을 보냈고, 사랑하는 아내와 친구를 먼저 보내고 막내딸에게 의지해 살고 있다.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확인한 요한네스는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빵을 먹는다. 하지만 왠지 어제와 다르게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어도 위장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고 담배를 피우기 전이나 후나 몸과 머리가 개운하다. 밖으로 나가니 오랫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의 모습이 보인다. 혼자 사는 아버지가 잘 있나 보러 온 막내딸과 마주치지만, 웬일인지 막내딸의 표정이 평소에 비해 어둡고 뭔가 걱정하는 것이 있어 보인다.
이 소설은 분량도 길지 않고 복잡한 서사도 없다. 하지만 두 번째 장의 요한네스가 어떤 상황에 놓인 건지 알고 나면 내용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진다. 올라이와 요한네스라는 아버지와 아들, 두 남자, 두 인간의 이야기가 영혼의 생성과 소멸을 기록한 거대하고 근원적인 신화가 된다.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 사이에 생략된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독법이 될 듯하다.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전작 읽기를 이 책으로 시작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