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비스킷은 어디에나 있다

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제성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두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하나는 청각이 예민해 남들이 못 듣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감이 희미하다 못해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제성은 후자의 사람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구운 과자인 비스킷처럼 잘 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스러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제성은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하고 종종 요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병명은 소리 강박증, 소리 과민증, 소리 공포증으로, 제성에게 비스킷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는 건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인 덕환과 효진만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제성의 주변에 비스킷이 많아도 너무 많다. 게다가 제성은 비스킷을 보면 가만두지 못하고 직접 구해야 성미가 풀리는 성격이라서 온갖 사건에 휘말리고, 부모님과 이웃들에게 문제아 취급을 당한다. 

김선미 작가의 소설 <비스킷>은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주인공 제성은 예민한 청각과 비스킷을 보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른들에게 남들과 같아지기를 요구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는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을 건드리며 깊은 공감과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제성은 자신의 능력을 문제로 보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킨다. 부모가 요양원에 보낼 정도면 제성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숨기거나 그러한 능력을 탓할 법도 한데, 제성은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을 구한다. 어쩌면 문제의 다른 이름은 능력이 아닐까. 제성과 달리, 튀지 말라는 주위 압박을 못 이기고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 비스킷들을 보면,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과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사람의 차이가 보인다. 비스킷이 되지 않기 위해선, 자기 스스로 자신은 문제아가 아니라 능력자라고 믿어야 한다.

이 소설에서 좋았던 점은 제성과 덕환, 효진 세 친구가 어울리는 장면이 유쾌하고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아지트에 모여서 함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평범한 아이들인데, 셋 중 한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이 다정하고 듬직했다. 제성이 집, 학원, 스터디카페, 이모 집, 병원 등으로 장소를 옮기며 비스킷을 구하는 과정도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했다. 비스킷은 어디에나 있고, 능력자도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