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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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큰 결심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마스다 미리에게는 그것이 스물여섯 살 때였다. 대학 졸업 후 오사카에서 직장에 다니던 마스다 미리는 도쿄에서 그림으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꿈을 품고 무작정 상경했다. 정해진 일자리도, 일자리를 구할 인맥도 전혀 없었다. 가진 거라고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 모아둔 약간의 저금과 어떻게든 될 거라는 낙관적인 마음뿐이었다. 

그 마음은 상경 첫 날부터 조금씩 무너졌다. 일단 백수 신세인 혼자 사는 여자에게 집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집을 구한 후에는 여자 혼자 산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아버지의 낡은 구두를 현관에 두고, 난생 처음 남자 속옷을 사서 베란다 빨랫줄에 걸었다. 누수가 일어나 이웃들에게 사과를 하러 다니고, 층간 소음 때문에 가슴 앓이를 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살 때는 몰랐던, 혼자 살이의 만족감에 뒤따르는 고충이었다. 

그러나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라는 책 제목처럼, 저자는 매일 하나씩 낯선 도시에서 마음 붙일 거리를 찾아냈다. 도쿄에서 처음으로 나를 믿어준 부동산 중개인 아줌마, 몇 번 인사를 나눈 것을 계기로 친해진 관리인 아저씨, 직접 구운 핫케이크, 베란다에서 먹은 아침 식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첫 발을 떼던 시절도 돌이켜보면 도쿄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감을 받으려고 이런 시도 저런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구나 싶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상경으로부터 28년 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가 된, 여전히 도쿄에서 혼자 사는 저자의 일상이 담겨 있다. 마침 이 때가 팬데믹 기간이라서, 자타 공인 여행 마니아인 저자로서는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다고.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면 제일 먼저 무엇을 먹을까 헤아려 보는 모습, OTT 서비스에 처음 가입하면서 '소파에서 뒹굴며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날이 올 줄이야'라며 기뻐하는 모습 등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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