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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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는 구병모의 장편소설 <파과>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파과>는 65세 여성 킬러가 주인공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인해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파쇄>는 주인공 '조각'의 젊은 시절 중에서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기 직전 최종 훈련과 시험을 치르는 과정을 그린다. <파과>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저 없이 일을 치르던 조각에게도 생각에서 행동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야단맞는 햇병아리 시절이 있었다니. 몸도 마음도 완벽한 킬러인 조각을 만든 인물 '류'에 대해서도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최근에 <사이렌 : 불의 섬>을 봐서 그런가. 조각이 훈련받는 과정을 보면서 <사이렌 : 불의 섬> 출연진 중에서도 군인 팀 생각이 많이 났다. 조각처럼 그분들도 엄청난 무게의 군장을 메고 산에 들어가 훈련을 받은 적이 있겠지. 식량이 넉넉하지 않아서 찐 감자와 군용 저장식으로 끼니를 해결한 적이 있겠지. 힘으로 여자가 남자를 제압하는 것은 어려우니 속도를 높이거나 재빨리 주변에 활용 가능한 무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급소를 치라는 가르침을 받았겠지. (계속 생각나는 것 보니 <사이렌 : 불의 섬> 다시 보기 쿨타임이 찬 것 같다 ㅎㅎ) 


'작가의 말'에도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다. <파과>가 많은 분들의 성원과 지지를 받은 한편, '진정한' 여성 서사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가 1) 주인공이 손톱을 칠한다는 것, 2) 어린이를 구조하는 행위가 모성과 닮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 3) 이성을 향해 발생하는 마음 등이었다고. (94-5쪽) 주인공이 손톱을 칠하면 여성 서사가 아닌가. 어린이를 구하면 모성처럼 보여서 여성 서사가 아닌가. 이성을 좋아하면 여성 서사가 아닌가. 이래서 여성 서사가 아니고 저래서 여성 서사가 아니면 '진정한' 여성 서사는 무엇인가.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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