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문학동네 청소년 60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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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을 쓴 조우리 작가가 2022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처음에는 <오! 사랑>을 쓴 조우리 작가가 사랑 아닌 다른 주제에 대해 쓰다니 신선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오! 사랑>과 비슷한 면이 없지 않고, 돌이켜 보면 <오! 사랑>도 그저 로맨틱한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였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원가족에서 상처를 받은 소녀들이 서로를 만나 상처를 딛고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 현수는 '센터'에 다닌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바쁘시고 어머니는 몸이 안 좋아서 현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수네 가족이 이렇게 된 건 5년 전의 어떤 사건 때문이다. 여름 휴가로 찾은 호텔에서 여섯 살 여동생 혜진이 실종되었다. 현수의 부모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미아를 찾는 방송에도 출연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딸을 찾았지만 여태 찾지 못했다. 그 여파로 아버지는 직장을 잃고 어머니는 정신을 잃고 현수는 가정을 잃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현수네 가족을 가난하다고 무시하고,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불행이 옮을까 봐 피한다. 현수 또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입만 열면 <서프라이즈> 내용을 읊는 센터장 선생님도, 자꾸만 따라 다니는 같은 반 여학생 수민에게도 절대 곁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 현수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한다. 더 이상 혜진을 찾지 않을 생각이니 현수 너도 그만 혜진을 잊으라고. 


아버지의 말에 '버튼'이 눌린 현수는 그 날부로 혜진 찾기를 다시 시작한다. 혜진이 다녔던 유치원 원장 선생님과도 만나고, 혜진이 실종된 호텔 매니저에게도 연락한다. 혜진의 친구와 친구 엄마와도 만난다. 그런다고 5년 동안 못 찾은 혜진을 바로 찾게 되는 건 아니지만, 덕분에 현수는 5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혜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도 혜진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선생님과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상실과 애도에 대한 책이나 영화가 많지만, 이 책만큼 나에게 위로를 준 책을 만나지 못했다. 제목이 너무 길고 외우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일부러 이런 제목을 지은 의미가 있구나(특히 1831이라는 숫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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