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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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은 김영하 북클럽 7월 선정 도서라서 읽게 된 책이다. 김영하 북클럽을 통해 만난 책들이 대체로 좋았는데 이 책도 그랬다. 일본 소설(특히 여성 작가 소설)을 나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즈무라 미나에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한국에도 뛰어난 여성 작가들이 많지만 중년 또는 노년에 이른 여성의 삶의 문제(노화와 죽음, 투병과 간병, 이혼과 사별 등)에 있어서는 일본 여성 작가의 글에서 참고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 


미쓰키는 프랑스 유학 시절 만난 남편과 삼십 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오십 대 여성이다. 유학으로 갈고 닦은 외국어 실력을 살려 대학 강의와 번역 일을 하고 있고, 슬하에 자녀는 없다. 연말의 어느 날, 미쓰키는 실버타운에 모신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쓰키는 남편이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쓰키에게 어머니는 경애의 대상이 결코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미쓰키가 어릴 때 어머니는 언니인 나쓰키와 여동생인 미쓰키를 차별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간병을 미쓰키에게 맡긴 것으로 모자라 외도까지 했다. 


이후 미쓰키는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한편으로, 자신의 지나온 삶을 열심히 돌아본다. 미쓰키는 전쟁 직후 일본 전역이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다. (남편의 외도를 알기 전까지는) 남편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대학 강사와 번역가로 일하는 삶에도 만족했다. 하지만 삶의 끝을 향해 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기 자신의 삶에 진정으로 만족하는지 되묻는다. 나는 정말 유복한 가정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게 맞나? 남편과 결혼하기 위해 프랑스 유학을 그만둔 것에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게 맞나? 


이 소설은 '신문소설(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신문에 연재하기 위하여 쓰인 장편소설 형식)'이기도 하다.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작품인 만큼 문장이 쉽고 내용이 현실적이며 전개가 속도감 있다. 한국에는 '이수일과 심순애'로 잘 알려진 일본의 신파 소설 <금색야차>를 비롯해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 일본의 문학 작품과 <이방인>, <마담 보바리> 등 서양의 문학 작품이 여러 번 언급되는 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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