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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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얼마 전 공개되었고 한국에선 연말 공개 예정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의 원작이 이 책이라고 해서 서둘러 구입해 읽어봤다. 원작이기는 해도 내용은 크게 상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화를 안 봐서 얼마나 상관 없는지 모르겠다. 다만 1937년에 출간된 청소년 교육용 소설이다 보니 성인 독자가 읽기에는 내용이 상당히 계몽적이고 교훈적이고, 심심하고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소설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말해서 '코페르'라는 소년의 성장기다.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인 코페르는 비록 아버지가 안 계시지만 자애로운 어머니와 박식한 외삼촌의 보살핌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 본명은 혼다 준이치이고, 코페르는 외삼촌이 '코페르니쿠스'에서 앞의 세 글자를 따서 지어준 별명이다. 코페르는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외삼촌에게 질문한다. 


질문의 내용은 (그 나이 또래 남자아이답게) 대체로 학교 생활이나 교우 관계 등에 관한 건데, 이에 대한 외삼촌의 답변이 상당히 성실하고 진지하다. 나이가 한참 어린 손아랫사람의 고민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느낌 없이, 바람직한 어른의 자세를 보여준다. 코페르 또한 외삼촌의 답변을 (꼰대질로 여기지 않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자기 자신을 교정한다. 요즘은 이런 식의 멘토-멘티 관계를 보기가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기도 했다. 


소설의 배경이 중일 전쟁이 발발한 1937년이다 보니, 읽는 동안 '이렇게 착한 코페르와 친구들이 곧 태평양 전쟁에 끌려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 실제로 이 책은 태평양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금서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태평양전쟁이 얼마나 반사회, 반인권적인 행위였는지를 방증한다. 이런 의미를 가진 작품을 발굴하고 선택한 미야자키 감독의 안목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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