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 가족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의 특별한 삶
양영희 지음, 인예니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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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가족의 나라>, <수프와 이데올로기> 등을 만든 재일 코리안 2세 영화감독 양영희의 산문집이다. 저자의 삶에 대해 언제 어디서 처음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저자는 1964년 '조선인 부락'이라 불리던 오사카시 이카이노(현 이쿠노구)에서 열렬한 조총련 활동가인 부모의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저자는 오빠들에게 온갖 귀여움을 받는 존재였다. 그런데 저자가 일곱 살 때, 오빠들이 모두 북의 '귀국 사업'에 보내졌다. 갑자기 오빠들과 헤어진 것도 충격이었지만, 조총련계 재일코리안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일본에 사는 평범한 소년, 청년이었던 오빠들이 북으로 간 이후 점점 몸이 마르고 자유를 빼앗겨 불행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조총련 활동가인 아버지와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인 어머니는 아들 셋을 빼앗기고도 북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없었다. 그렇게 누구를 원망하고 싶어도 원망할 수 없어서 자기 자신을 원망하는 상태로 여생을 보냈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의 기구한 사연을 카메라로 기록했다. 처음에는 어쩌다 드물게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오랜만에 보는 오빠들과 오빠들의 가족(특히 조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서 그들을 만나지 못할 때 부모님과 함께 보려고 찍었다. 그러다 저자가 전문적으로 영화를 배우면서 그동안 찍은 영상들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몇 편을 만들었다. 저자로서는 분단으로 인한 가족 해체와 북한의 인권 유린 현실 등을 알리기 위한 작업이었지만, <디어 평양> 공개 이후 저자가 북한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해 저자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이 책에는 '카메라를 끄고' 저자가 이제까지 카메라에 담아온 이야기를 글로 정리한 내용이 실려 있다. 저자가 가족과 민족, 국가 때문에 겪는 물리적, 정신적 어려움을 혈연도 아니고 같은 민족, 국민도 아닌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로 극복하는 장면들(방북 전 비자 발급을 도와준 미국의 교수, 영화 촬영에 협조해 준 현 남편 아라이 카오루 씨 등)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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