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2월
평점 :

<최선의 삶>을 읽고 나서 바로 이 책을 읽었는데 이제야 리뷰를 쓴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단편들이 좋았지만 특히 <단영>이 좋았는데, 절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신성성과 영원성이 그 절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속성과 유한성과 대비되는 점이 재미있었다. 절을 운영하기 위해선 장사를 하고 꽃을 죽여야 하는 비구니. 절에 살지만 햄버거가 먹고 싶은 아이. 남들의 기대와 자신의 욕망이 충돌할 때, 욕망을 택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단영>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간호사의 길을 포기했다고 말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 예술에 뜻을 품고 예술대에 들어갔지만 앞날이 막막해 도망치고 싶은 사람. 내가 계속 이 집에 살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하자가 있는 집을 속여서 팔기로 한 사람. 손가락질 하기는 쉽지만, 막상 내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다른 선택을 할 거라고 자신하기 힘들다.
젊은작가상 수상작 <초파리 기르기>의 지유도 자신의 병이 산업재해일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실험실에서 일했던 경험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에는 엄마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침묵하는 편을 택한다. 돌이켜보면 <최선의 삶>도 어느 누구도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겨우 소통이 시작된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종국에는 입을 닫고 귀를 열기 위해 우리는 소설을 읽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