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스미스
이시다 가호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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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운동하는 여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예전에도 많은 여성들이 운동을 해왔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은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운동'이라고 여겨졌던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축구, 야구, 농구 등의 구기종목에도 많은 여자들이 도전하고 있다. 이시다 가호의 소설 <나의 친구, 스미스>의 주인공 U노도 그런 여자들 중 하나다. 


스물아홉 살, 7년 차 회사원 U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지 1년 3개월 된 새내기 트레이니다. 어느 날 U노는 현역 보디빌더 선수 O시마에게 보디빌딩 대회 출전 권유를 받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 하에 매일 성실하게 주어진 종목들을 수행하고, 식단 조절과 체중 감량을 병행한다. 여기까지는 U노가 그동안 해온 운동과 강도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하고, U노가 예상한 보디빌딩 대회 준비 과정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대회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U노는 남성 참가자들과 달리 여성 참가자들에게는 근육 외의 수많은 심사 항목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제모와 태닝, 워킹 연습, 의상 구입, 포징 연습까지는 대회 성격상 필요한 준비로 보인다. 하지만 여자는 보디빌딩을 해도 '여자다워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대회의 본질인 근육 키우기가 아닌 헤어와 메이크업 등에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소설 속 U노처럼 어안이 벙벙했다. 


"난 화장을 하지 않지. 옷장에 치마가 없지. 머리를 기르지 않지. 애교가 없지. 하지만 그런 것들 없이도 난 충분히 여자야. 명백한 여성이야. 그 누구보다도.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이렇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이런 인간인 탓에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싫어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은 좋아하는데, 그 트레이닝의 성과를 널리 알리는 대회를 생각하면 이제는 열정이 식어버린다. 도무지 해탈할 수가 없는 거예요. 네." (135쪽) 


운동 외에도 '00은 좋아하지만 00하는 여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00을 마음 편히 좋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다양한데, 이 소설은 그런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그 방법은 자신이 처음 00을 좋아하게 된 이유, 00에 빠지게 된 최초의 계기를 떠올리는 것이다. U노의 경우, 그것은 스미스(운동 기구 이름)였고, 스미스와 재회하고 나서야 U노는 비로소 자신이 원래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자기 고양감, 만족감을 되찾는다. 이런 운동이라면 나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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