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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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밤잠을 설친 이유. 마르틴 베크 시리즈 9권 <경찰 살해자>를 마침내 다 읽었고, 시리즈 1권을 읽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10권만 읽으면 끝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마침 <경찰 살해자>에 오늘날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있게 한 전설적인 그 작품, 시리즈 1권 <로재나>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와서, 10권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로재나>를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재밌는 시리즈를 아직 안 읽은 분들 부럽다...) 


<경찰 살해자>는 스웨덴 남부의 시골 마을에서 한 여자가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스톡홀름 국가범죄수사국 살인수사과 책임자 마르틴 베크와 렌나르트 콜베리가 사건 해결을 위해 현장에 급파되고, 두 사람은 유력한 용의자가 과거 그들이 체포한 '로재나 사건'의 범인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경찰은 이미 여성을 살해한 전과가 있는 데다가 실종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이쯤에서 사건을 정리하고 스톡홀름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베크와 콜베리는 굴하지 않고 사건 해결에 매달리는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장점은 중심이 되는 사건 자체가 흥미로운 건 당연하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 중간중간에 스웨덴 경찰 조직의 부패와 무능, 일부 경찰의 태만 또는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경찰 살해자>에서도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신속하고 적법하게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게으르게 수사하고 불법, 폭력 등을 자행하는 모습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주체가 (그들과 마찬가지로 경찰인) 베크와 콜베리라는 점이 웃프다. 


이 시리즈는 1970년대에 발표되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도 유효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 살해자>의 한 대목- "교외의 멋진 집에서 살며 차고에 할부로 산 차를 넣어놓고 매일 죽도록 지루해하며 컬러 TV를 보고 앉은 부모는 그저 딱할 뿐이었다. 그들은 돈 생각, 그리고 아들이 어쩌다 이렇게 엇나가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중략) 부모는 자신들부터가 완고한 물질주의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깡그리 잊은 듯했다. 그리고 아들 세대의 많은 젊은이가 원치 않은 실업으로 고통받는다는 점, 뭐든 삶의 희망이나 의미가 될 만한 것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을 모르는 듯했다" (428-9쪽) -은 오늘날 한국 사회 아닌지. 


북유럽 스릴러 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한국에 사는 나에게는 낯선 북유럽의 자연 환경과 문화, 풍습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인데, <경찰 살해자>에서는 인물들이 하이킹이나 꿩 사냥, 오리엔티어링 같은 야외 활동을 즐겨 하고, 근교의 숲은 물론이고 자신의 집 정원에 핀 버섯도 채취해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자동차와 선박에 비상한 관심을 가진 인물들이 여러 명 등장하는 점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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