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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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기 전에는 정지아 작가를 몰랐고, 정지아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나서 정지아 작가에 대해 알아보니 1990년 <빨치산의 딸>로 데뷔해 올해로 작가 활동을 한 지 33년이 되었고, 그동안 소설집 <행복>, <봄빛>, <자본주의의 적> 등 다수의 책을 발표하셨다고 한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부지런히 따라 읽어볼 생각이다. 

이 소설은 빨치산이었던 아버지가 죽은 후 하나뿐인 딸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3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딸은 젊은 시절 빨치산이었고 늙어서도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아버지를 평생 미워했다. 사상이나 이념보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거니와, 아버지 때문에 어릴 때는 동네와 학교에서, 커서는 직업 선택과 결혼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한 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그리고 아버지와 그들의 사연을 찬찬히 되짚어 보면서, 딸은 아버지가 그저 이념에 눈이 멀어 가족과 생계는 뒷전으로 여겼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사내가 아니라, 평등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으며 혈연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헌신하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버지도 그저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보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끝내 실패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빨치산이라는 것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주가 된 딸이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 더 관심이 갔다. 조부모상을 치르면서 장례가 얼마나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언젠가 내가 상주가 되면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소설 속 딸은 아버지의 장례를 통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자신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지만, 과연 나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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