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된다는 것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가 된다는 것>은 <사랑의 역사>를 쓴 미국 작가 니콜 크라우스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약 20년 동안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단편 열 편을 모았다. 가장 오래 전에 발표된 작품은 2002년에 발표된 <미래의 응급 사태>인데,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각 지역에 설치된 배급소에서 가스 마스크를 받아 가라고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작가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한참 전에 팬데믹 발생 직후의 풍경을 예측한 듯한 상상을 했다는 게 놀라웠고, 팬데믹이 여러 면에서 인간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미리 경고한 점이 신기했다. 


니콜 크라우스는 (자신처럼) 유대계 미국인인 이성애자 여성의 이야기를 주로 그린다. 표제작 <남자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여성은 독일인 남자친구로부터 만약 자신이 나치 점령기에 태어났다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유대인을 학살하라는 지시에 따랐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 이스라엘인 남성 친구로부터는 군에 있을 때 상부의 명령에 따라 팔레스타인인 가족 전체를 죽일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남자가 된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 의지나 공동체의 도덕 윤리보다 눈앞의 권력을 중시하고 부당한 폭력을 용인하는 것, 속된 말로 "까라면 까"는 것일까. 그런 남성, 남성성이 지배하는 세계가 점점 더 불행하고 잔혹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주인공이 지금은 아이지만 순식간에 자라서 남성의 세계로 편입될 두 아들을 위태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아이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 아들 가진 어머니의 마음이 대체로 이렇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