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요정 -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요정님이 전하는 하찮은 삶의 지혜
정세원(OOO)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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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출간된 OOO(정세원) 작가의 첫 책 <어떤 만화>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기억한다. 손바닥만 한 책 크기, 픽셀이 그대로 보이는 작화, 키치한 분위기의 채색, 아스트랄한 내용... 어느 것 하나 그동안 보아온 만화와는 달라서 이렇게도 만화를 그릴 수 있구나 싶고, 전례 없는 만화를 창조해낸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OOO(정세원) 작가의 신작 <인생의 요정>을 읽었는데, 첫 책이 나온 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작가 특유의 기발함과 신선함은 여전하다. 이 책은 독립출판되었던 <인생의 요정>과 미공개 요정 만화 시리즈, 요정 세계관의 스핀오프 격인 두 편의 컬러 만화 <멘트 빠칭코>, <지구 멸망의 날>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의 요정 외에 어둠의 요정, 낚시의 요정, 요리의 요정, 춤의 요정, 업무의 요정(그 외 돈의 요정, 죽음의 요정, 판매의 요정, 인내의 요정 등도 있음) 등이 있는데, 공통점은 딱히 하는 일은 없고 대개의 경우 방해만 된다는 것 ㅋㅋㅋ 


인생의 요정만 해도 본래의 역할은 바쁜(?) 신을 대신해 인간의 삶을 지켜보는 것인데, 지켜보기만 할 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거나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주지는 않는다(굿즈로 제작된 요정왕 카드에 적혀 있는 요정족에 대한 설명 "당신 인생이 망가질 때까지 지켜보기만 한다." ㅋㅋㅋ). 그러나 인간으로서 알다시피, 인간이 누가 조언을 해준다고 듣는 존재인가. 어쩌면 조언은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요정 같은 존재가, 조언해 준답시고 원치 않은 간섭과 참견을 해대는 사람들(a.k.a. 꼰대?)보다 더 도움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OOO(정세원)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를 즐기고 싶다면 단편 <멘트 빠칭코>를 추천한다. 돈을 안 낸 사람에게는 좋은 소리를 해주지 않는 빠칭코라니. 소비자일 때만 인간으로 대접받는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설정 아닌가.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각종 전문가(달인)들을 불러 모으지만 결국 실패하는 <지구 멸망의 날>이라는 단편도 어쩐지 현실 같아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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