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탄생 소설의 첫 만남 25
정이현 지음, 불키드 그림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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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소설 <하트의 탄생>은 창비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스물다섯 번째 책이다. 길이는 짤지만(84쪽), 읽어보니 과연 정이현 작가의 소설답게 현대인들이 최근에 주로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욕망 때문에 어떤 식으로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거나 파멸하는지를 예리하게 그리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인기 SNS 인플루언서를 엄마를 둔 열다섯 살 중학생 주민은 사는 게 즐겁지 않다. 학교에선 예쁘지 않고 개성도 없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고, 집에선 엄마에게 외모와 성적을 지적당한다. 그런 주민의 유일한 낙은 남몰래 운영 중인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슬라임을 가지고 놀면서 신세를 한탄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하루 중 속상했던 일을 평소보다 조금 센 어조로 올렸는데, 그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 주민의 일상을 뒤흔든다. 


예전에는 부모가 유명한 연예인이거나 정치인인 경우 자식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범위가 유튜버나 인스타그래머 등으로 넓어진 모양이다. 부모가 인기 SNS 인플루언서라서 자식이 피해를 입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주민처럼 어릴 때부터 SNS에 노출되어 자라서 SNS 사용은 능숙하지만 SNS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나 파급력에는 주의를 덜 기울여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글이나 사진, 영상 등을 올리는 경우다. 그렇다고 SNS 사용을 아예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SNS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사용하는 매체이므로, SNS의 영향력과 그로 인한 후폭풍을 다룬 이 소설은 어른들이 읽기에도 적합하다. 주민의 엄마가 SNS 인플루언서가 된 계기나 과정을 보여주는 연작 소설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고, 주민 모녀와는 또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SNS를 이용하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를 겪는지(하루 종일 임영웅, 송가인 유튜브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든가...) 보여주는 소설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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