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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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는 1976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80여 편의 추리소설을 썼다. 이뿐만 아니라 1930년부터 1956년까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필명을 쓴 이유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1926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지금까지도 사건의 전모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남편의 외도와 실종 사건이 관련 있지 않나 하고 짐작하기도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소설 중 하나인 <봄에 나는 없었다>는 문제의 실종 사건의 전모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들이 담긴 작품이다. 


조앤은 변호사 남편, 장성한 두 딸과 아들을 둔 중년 여성이다. 어려서부터 현모양처가 되기를 꿈꿨으며, 결혼 후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진 아내, 좋은 엄마라면 할 법한 일들을 수행하며 살아왔다. 어느 날 조앤은 바그다드에 사는 막내딸의 집에 들렀다가 런던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학교 동창 블란치를 만난다. 블란치에게 이해하기 힘든 말을 듣고 심기가 불편해진 조앤은 폭우 때문에 기차역 숙소에 발이 묶인다. 본의 아니게 낯선 장소에서 기약 없는 휴가를 보내게 된 조앤은 자신의 과거와 가족들의 일을 떠올린다. 


이제까지 조앤은 자신이 현모양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변호사인 남편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서포트했고, 세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잘 이끌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찬찬히 생각해 보니 남편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자식들도 전처럼 자신을 따르지 않았다. 아니, 사실 남편과는 잠자리를 가진 지 오래다. 자식들은 전부 가능한 한 엄마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싶기라도 한 듯 자주 만나기 힘든 곳에 산다. 과연 조앤은 그동안 잘 살아온 게 맞는 걸까. 잘 살아온 게 아니라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소설은 2014년 구판이 나왔을 때 처음 읽고 이번에 두 번째로 읽었는데, 그 때보다 지금 훨씬 더 공감이 되고 명작이라는 찬사에 동의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을 최근으로 바꾸면 <나를 찾아줘>에 필적하는 가정 심리 스릴러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필명으로 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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